스마트폰 보급률이 티브이 보급률을 훌쩍 앞지른 상황에서 앞으로의 대세는 스마트폰이겠다. 이 물건은 사실 티브이보다 더 집요하게 ‘나의 시간’을 잠식할 확률이 높다. 손안의 물건인 만큼 매혹적이고 더 위험하다. 우선은 이 물건의 육체성 자체가 인간의 신체에 위협이 된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더욱 심하다.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 스마트폰 전자파는 강력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전자파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뇌암 등과 관련된다. 인체와 거의 항상 접촉해 있는 기기이므로 위험률은 더 높다. 어린이의 머리뼈는 성인보다 얇기 때문에 스마트폰 전자파의 영향은 훨씬 크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느라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도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어려서 자주 디지털 영상에 노출된 아이들은 커서도 실제 세계보다 가상 세계에 더 익숙하게 되기 쉽다. 당연히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유럽이 엄격하게 전자파 기준을 세우고 10살 미만 아동의 스마트폰 전자기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아동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고객’으로 대우받는다. 삼성이 망하면 국가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떠는 이들에겐 스마트폰 장사만 잘되면 고객이 누구든 상관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어른들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편리가 분명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순간, 스마트한 건 내가 아니라 폰일 뿐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