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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짠 차와 달마 생각

등록 2015-01-19 18:3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많이 우린 진한 차 맛을 ‘짜다’고 표현한다. 딴생각하다 때를 놓쳐 ‘짠 차’를 마시면서 달마를 떠올린다. 흔히 ‘금복주’ 마스코트에 영감을 준 포대화상을 달마와 혼동하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다. 무엇보다 달마는 포대화상처럼 껄껄 웃는 캐릭터가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폭넓게 사랑받는 달마도 속의 달마는 들여다볼수록 묘하다. 엄청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외모’로 규정되는 육체성을 훌쩍 넘어서 있다. 달마의 초상을 팔아먹는 장사치들이 들으면 싫어하겠지만, 달마는 복을 주는 신이한 위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거니와 삶에 대해 헛된 기대를 말라고 가르치는 독설가에 가깝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결기가 있어야 마침내 자유로워짐을 그는 소림사 9년 면벽으로 보여준다. 그런 달마에게 ‘못생김’은 아무런 장애가 아니었으리라. 달마가 오직 달마다울 때, 내가 오직 나다울 때, 외모는 속박이 되지 않는다. 민머리에 불룩 나온 배, 더부룩한 수염, 대충 꾹꾹 눌러 만든 듯한 그의 이목구비에서 압권은 그 눈일 테다. 달마의 눈엔 눈꺼풀이 없다. 참선 수행하던 어느 날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져 공부에 방해가 되자 벌떡 일어나 눈꺼풀을 잘라 마당에 내던져버렸다. 그가 마당에 던져버린 눈꺼풀에서 훗날 싹이 돋고 나무가 자랐는데 그것이 차나무의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차의 각성효과를 ‘자기다움’을 치열하게 구현해간 달마에게 연관 지어 만들어진 설일 텐데, 졸음을 쫓느라 차를 마실 때마다 달마의 눈이 떠오른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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