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뉴스의 홍수 속에서 시시각각 반응을 쏟아내다 문득 가슴 어딘가 허전해진다. 외부를 향한 비판이나 비난은 대안을 고민하는 자세와 함께 가지 않으면 스스로를 다치게 하기 쉽다. 뉴스거리는 끊임없이 나타나는데 반응 역시 끊임없이 휘발될 뿐임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 내면의 공허는 커진다. 분노와 비판이 개인과 사회를 위해 건강한 힘이 되기 위해선 뉴스거리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엘티이 속도’가 아니라 좀더 진득한 서성거림이 필요하다. ‘서성거리며’ 성찰한 내용들이 나의 일상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실천되어야 나의 힘이 된다. 각종 일회용 용기의 유해성 뉴스를 심각하게 봤다면 생활 속에서 될수록이면 쓰지 않으려 노력해보는 실천이 따라야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인데 대부분은 또 금방 잊는다.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뉴스들에 개탄하고 망각하고 비판하고 망각하고…. 이런 식의 ‘뉴스 소비’는 무의식적 체념과 냉소를 조장하기 쉽고, 관성에 젖은 분노는 쓰고 버리는 일회용 용기처럼 우리를 상하게 한다. 그러니 뉴스는 나의 생활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가져와야 한다. 국가 시스템이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는 지금 같은 때엔 더욱 그렇다. 피폐한 사회를 견디기 위해, 피폐하므로 더욱, 나의 생활을 조직하고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 자기 율동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생활을 생동감 있게 만들 수 있는 ‘자기 법령’의 제정자로 살기, 소소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내 즐겁게 하기, 라고 1월의 노트에 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