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이나 옛 가옥에서 내가 특히 사랑하는 구조물은 교창(交窓)이다. 천장 바로 아래 문 위쪽에 가로로 길게 짜서 붙박이로 설치하는 채광창이다. 경복궁 같은 궁궐은 건물이 높아 세로 폭이 넓은 교창이 설치되어 있다. 채광이 목적이지만 교창의 존재 자체가 주는 미감도 특별하다. 직접적 쓸모로만 따지면 문이나 창에 비해 일테면 잉여인데 교창이 없는 구조는 건축의 생동감이 대폭 떨어진다. 이름도 예쁘다. 사귈 교(交)자를 쓰는 창이라니. 교자 모양 살로 짜서 교창이라 부른다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귀는 창’으로 이해하는 게 나는 좋다. 공간의 안팎을 사귀게 하는 창이고 조용한 중에 서로 통하게 하여 건물 전체를 숨 쉬게 하는 창이다. 닫힌 듯하지만 실은 항상 열려 있는 창이다. 안쪽에서 바라볼 때 교창은 홀로 있으되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밖에서 교창을 바라볼 때는 세상에 있으되 어느 때고 홀로 자유로워야 한다고 정신을 환기시킨다. 교창은 소통과 칩거의 욕망을 함께 품는다. 호오가 분명한 성정 탓에 중도의 지혜를 실천하기가 늘 어려운 내 성격을 염려한 스님 한분이 어느 날 내게 교창의 아름다움에 대해 일러주었다. 기질적으로 내가 지닌 ‘내향성’ 혹은 ‘폐쇄성’에 숨구멍을 달아주고 싶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공간-구조’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숨구멍을 내주기도 한다. 공간의 존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것’이 있음으로 인해 공간의 ‘격’이 달라지는 이런 가치를 그리워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