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당연히 믿는다면 그것은 흔히 불행의 시작이 된다. 서점에 흔한 자기계발서들이 무례하고도 부주의하게 설파하는 긍정론의 치명적 독성이 여기 있다.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유아론은 개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 쉽다. 상처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링 위에 올라가는 권투선수와 상처 입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링 위에 올라가는 권투선수를 상상해보라. 삶도 그러하다. 기대를 배반하는 상처의 반복은 불행을 심화시킨다. 지속적인 불행감에 노출되다 보면 행복에의 감각 자체가 둔화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류의 ‘의지맹신’은 스스로에 대한 가혹함을 요구하기 쉬운데 행복은 극기훈련 하듯 오는 게 아니다. 세계의 실상을 보는 것부터가 출발이다. 세계는 동화 속 장밋빛이 아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세상이 내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기혁명의 씨앗이다. 세상에 대해 무지하면 상처가 많아진다. 세상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론보다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돌아가는 판을 읽을 수 있어야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서 인간은 삶의 모든 단계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 새해, 공부를 계속 하자.
김선우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