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세네카는 루킬리우스(루실리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에게 한 사람은 온 나라와 같고 온 나라는 한 사람과 같다”고 썼다. 그대라는 타자. 그대가 언제나 내게 가장 큰 질문지이다. 세상에서 가장 주의 깊고 정성스레 보살펴야 정답의 근처에라도 이를 수 있다. 그대의 행복에 기여하며 나의 행복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일컬어 인생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인(人)이란 본래 기대어 있는 그대와 나로 구성되는 것이니까. 연인, 친구, 가족, 이웃, 인생을 알게 하는 이 다양한 ‘질문의 책’들에 답을 구하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한,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때, 그때가 세상의 멸망일 것이다. 힘든 날들이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질문들이 많고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궁금해한다. 광화문, 평택, 밀양, 강정, 안산…… 이 나라가 아직 망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와 국회가 있어서가 아니라, ‘온 나라’와 같은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조금씩이라도 아껴주고 싶은 인생(人生)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기 좋은 한해의 마지막 날. 하늘을 보며 서로를 보며 올 한해 “잘 견뎌주었다!” 크게 한번 소리쳐 봐도 좋겠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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