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세상에서 가장 큰 질문지

등록 2014-12-30 18:40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세네카는 루킬리우스(루실리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에게 한 사람은 온 나라와 같고 온 나라는 한 사람과 같다”고 썼다. 그대라는 타자. 그대가 언제나 내게 가장 큰 질문지이다. 세상에서 가장 주의 깊고 정성스레 보살펴야 정답의 근처에라도 이를 수 있다. 그대의 행복에 기여하며 나의 행복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일컬어 인생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인(人)이란 본래 기대어 있는 그대와 나로 구성되는 것이니까. 연인, 친구, 가족, 이웃, 인생을 알게 하는 이 다양한 ‘질문의 책’들에 답을 구하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한,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때, 그때가 세상의 멸망일 것이다. 힘든 날들이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질문들이 많고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궁금해한다. 광화문, 평택, 밀양, 강정, 안산…… 이 나라가 아직 망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와 국회가 있어서가 아니라, ‘온 나라’와 같은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조금씩이라도 아껴주고 싶은 인생(人生)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기 좋은 한해의 마지막 날. 하늘을 보며 서로를 보며 올 한해 “잘 견뎌주었다!” 크게 한번 소리쳐 봐도 좋겠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1.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2.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3.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4.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공교육에 부적합한 AI 교과서, 세금으로 무상보급 웬 말인가 [왜냐면] 5.

공교육에 부적합한 AI 교과서, 세금으로 무상보급 웬 말인가 [왜냐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