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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듣고, 듣고, 듣고

등록 2014-12-29 18:40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올해 ‘돌아간’ 사람 중 내게 각별한 또 하나의 이름은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에스트로건 거장이건 그 모든 수식어가 불필요한 사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단원들과의 첫 만남에서 그는 말한다. “나를 클라우디오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보스가 아니에요. 우리는 같이 일하는 거예요.” 보스이자 황제였던 전임자 카라얀과는 정반대의 탈권위적이고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것이 클라우디오다. 나치당원이었던 카라얀이 히틀러의 선전책인 괴벨스에 의해 ‘기적’이라 불리며 출세가도에 오른 것에 비해 클라우디오는 모든 영역의 파시즘에 반대했다. 그는 단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민주적 합의에 따라 수용했다. 안정적인 고전 레퍼토리에 머물지 않고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적극 소개했고,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았다. ‘라스칼라’ 음악감독 시절, 티켓값을 내려 청년층과 노동자들의 극장 접근을 쉽게 하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해 공장으로 직접 가 공연하기도 한 그는 오늘날 유행하는 ‘찾아가는 연주회’의 기원을 만들었다. “위대한 지휘자라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대한 것은 작곡가일 뿐이다”라는 겸손과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타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음악을 듣는 것”이라는 그를 생각한다. ‘듣지 못하는’ 리더가 일으키는 문제들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네, 클라우디오! 듣고 듣고 들을게요. 세상을, 사람을, 음악을, 시를, 이야기를.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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