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올해는 몸속에 염전이 생긴 것처럼 눈물 많은 한 해였다. 한반도 전체가 소금창고에 부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바람결 속이었다고 할까. 종교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천국 혹은 극락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한 해의 세밑, 석정현 작가가 그린 그림을 보다가 또 한 번 짜디짠 소금 향내를 맡는다. 따사로운 해변에 모인 세월호 아이들과 신해철을 본다. 해맑은 아이들 얼굴에 터지는 웃음과 ‘굿모닝 얄리’라고 쓴 말풍선을 보다가 눈물이 흐르고 만다.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눈물이길.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신해철의 곡 ‘날아라 병아리’의 얄리에게 ‘굿바이’가 아니라 ‘굿모닝’이라고 전하는 그림꾼의 마음이 저녁노을에 겹친다. 그래요, 부디, 거기, “굿모닝!”이길. 얘들아, 기억할게. 너희들의 아침을 매일 축복할게. 우리 모두를 위해 숙제를 남겨준 아이들. 숙제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니, 너흰 그곳에서 부디 평화하렴. 고마워. 그리고 신해철. 그는 음악과 사람 모두를 치열하게 사랑한 사람이다. 음악 속에 사람에 대한 사랑을 녹여내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 치열한 뮤지션이다. 사람 없는 음악이 있을 수 없듯이,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이 곧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함을 알고 있었던 사람. 당신이 남긴 노래들이 지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줄 거예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좋은 음악인들이 이 땅의 음악을 지켜갈 거예요. 이제 편히 쉬어요. 굿바이가 아니라 굿모닝!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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