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누군가 ‘굴뚝산타’라고 쓴 단어가 아프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굴뚝에서 맞이하는 밤과 아침의 차디찬 끼니를 생각한다. 어쩌면 맞겠다, 굴뚝산타라는 말. 그들이 지금 감내하는 고통은 이 땅의 수많은 약자들을 좀 더 튼튼한 삶의 기반 위로 옮겨놓고자 하는 싸움이니까. 그래도 그렇지, 선물을 주기 위해 이 추위에 굴뚝이라니, 그들을 얼른 내려오게 해 지상에서 선물을 받으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 또한 굴뚝산타들만큼이나 길고 어려운 싸움을 해온 코오롱 해고노동자들이 있다. 올해 2월 경주의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해 많은 사상자가 생긴 그 참사의 발원지도 코오롱이다.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비윤리적 기업들은 부당한 노동자 정리해고 이외에도 도처에서 이런 사고를 일으킨다. 모두 돈만 쫓다가 생기는 일이다. 그러니 탐욕스러운 기업을 방치하면 사회 전체가 병들 수밖에 없다. 코오롱 해고자들은 지난해부터 코오롱스포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악덕한 기업의 물건을 안 사는 것! 이것은 집회나 시위보다 쉬우면서 부도덕한 기업에 반성을 촉구할 수 있는 강력한 연대이자 응원이다. 버려진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10년, 6년을 거리에서 싸워왔지만 무망하게 또 한해가 간다. 12월27일은 쌍용차, 코오롱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날! 낮 12시에 대한문에서 굴뚝과 거리의 산타들을 만나러 버스가 출발한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조금씩의 온기가 ‘우리’를 살려가는 ‘더불어 삶’의 길에 함께해 주시길.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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