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중고등학교에서 여는 행사도 요즘은 많이 변했다. 얼마 전 갔던 학교에선 학생들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협주 사이에 두명의 학생이 대화하듯 시낭송을 하는 공연을 보았다. 음악과 시를 고르고 연습하면서 즐거웠다는 아이들, 공연하는 친구들이 실수 없이 잘하길 응원하는 아이들, 모두 흠뻑 빠져든 공연이었다. ‘공부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잘 노는’ 아이들이 예쁘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본래 가진 ‘하모니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발현한다. 인간이 가진 여러 욕망 중 이런 ‘좋은 욕망’을 섬세하게 깨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또한 교육일 테다. 하모니를 지향하는 좋은 욕망은 오케스트라적이다. 혼자만 돋보이거나 1등이 되려 하지 않고 옆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화를 추구하는 것. 많이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과 나누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돕고자 하는 것도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좋은 욕망, 하모니의 행복감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공연 덕분에 베네수엘라의 무상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El Sistema) 이야기를 학생들과 잠깐 나누었다. 빈민가 청소년 11명을 모아 차고에서 연주를 가르치며 시작한 40년 전 엘 시스테마가 오케스트라를 지향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터. 젊디젊은 나이에 세계의 환호를 받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자신을 배출한 엘 시스테마에 대한 지속적 후원과 또 다른 엘 시스테마 설립에 관심을 기울이며 ‘아름다운 책임’을 말하는 것도 하모니의 행복감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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