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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참혹한 난쏘공의 시대

등록 2014-12-14 18:42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출간된 1978년, 이 땅에서 노동자가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충격적으로 드러낸 동일방직 사건이 있었다. 그로부터 36년이 흐르는 동안, 오물 테러를 당하던 방직노동자는 회사원, 승무원, 수많은 직종의 감정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분화되어 왔다. ‘먹고살만해진’ 세상이건만 인간을 언제든 쓰고 버려도 되는 일회용 존재로 한없이 가볍게 취급하는 비인간화는 더욱 심해졌다. 자식들로 대물림되며 점점 추악하고 천박해지는 재벌가의 갑질은 도를 넘고 양극화의 극점에서 길 끊긴 사람들은 자꾸 죽어간다.

이 엄동설한에 70미터 공장 굴뚝에 올라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소식을 듣는다. 비상식적인 대법원 판결 후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다시 오른 캄캄한 고공. 그들이 저 싸움터에 나선 것은 자신이 감당해야 한 고통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의 힘없고 여린 존재들이 안쓰러워 손 내밀던 눈물 많은 사람들. 회사가 정규직을 해고하기 전 비정규직부터 쫓아낼 때 자신들도 쫓겨날 위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잡았던 사람들. 이 싸움은 노동하는 사람에 대한 자본의 부당한 횡포에 노예처럼 굴복하며 살지는 않겠다는 인간선언이기도 하다. 난쏘공의 신애가 말한다. “저희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칼바람 매섭지만, 부디 모두 무사히! 공장 굴뚝 위 난장이의 꿈은 이 땅에서 노동하며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닿아 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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