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며칠 전 강정마을에서 거리미사를 보던 신부님을 대형 레미콘차량이 밀고 나오는 사고가 있었다. 2년 전 문정현 신부님의 추락사고, 작년 여름 한 강정 주민이 당한 사고가 동시에 떠올랐다. 다행히 신부님은 크게 다치진 않으셨고 차량 운전자는 안 보여서 몰랐다고 사과했다. 지켜본 사람들은 고의를 의심했으나 설혹 고의였다 하더라도 사과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성직자의 태도라는 듯 신부님은 그의 사과를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것은 오랜 시간 거리미사를 지켜온 강정의 신부님 수녀님들의 한결같은 자세이기도 하다. 그분들이 강정에서 드리는 미사는 그 자체로 사랑과 평화를 향한 기도이니까. 문제는 경찰이다. 시민안전을 운운하며 미사 때마다 폭력적인 강제 고착을 하는 경찰이 정작 주민과 성직자의 안전에 미온적이라는 것. 8년이라는 긴 싸움으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고립 상황이 인권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대놓고 ‘합법적’ 폭력을 행사해온 그간 경찰의 안하무인은 이제 성직자와 주민들을 은밀히 위험에 노출시키는 지능적 방관으로 수위를 확장하는 듯하다. 이 불안함 속에 또 어떤 사고가 터질지 걱정인 날들이다. 지켜보는 눈이 없을 때 경찰의 폭력은 노골화된다.
고난의 땅 강정마을에도 한 해가 저문다. 국가폭력의 난폭함 앞에 서럽게 드려지는 기도가 여전히 거기에 있다. 힘없는 사람들이 자기 몸 하나로 바닥을 받치고 선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연약하지만 맑은 힘이 거기에 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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