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수능대박’이라는 말

등록 2014-11-16 19:33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11월에 들은 가장 슬픈 말은 ‘수능대박’이라는 말. 여러 해 전 유행한 ‘부자 되세요’만큼이나 마음 한구석을 쓸쓸하고 욱신거리게 한다. 객관성을 표방하는 수학능력평가에 대박이라는 사행성 심리가 합성되는 배경에서 이 시험의 본질을 간파한 대중정서를 나는 느낀다. 중고교 6년 동안의 공부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인생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대학 학벌이 시험일 단 하루의 운/컨디션에 좌우된다는 것. 일종의 ‘도박판’ 원리와 흡사하다는 것. 그동안 노력해온 공부 수준을 평가하고 자신을 더 잘 성장시키는 공부로 이끄는 관문이 아니라, 서열화한 대학들 앞에 줄 세우기 하는 과정이라는 것. 경쟁을 통한 순위 매기기와 ‘정당하게’ 낙오시키기. 올해 수능을 본 입시생은 64만여명이라 한다. 이른바 ‘괜찮은’ 대학 신입생이 될 약 10만명을 제외하면 55만명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시스템 유지의 들러리가 되고 마는 이런 게임이 20년이나 지속되어 왔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최장수하고 있다. 이런 올가미를 교육의 이름으로 버젓이 내밀고 있는 뻔뻔한 어른들의 국가, 언제쯤 이 지독한 서열화와 학벌주의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또 한 번의 수능이 끝났다. 이 무렵이면 기도 목록도 하나 더 늘어난다. 수능 성적을 비관해 불행에 빠지는 아이들이 부디 없기를. 수능시험 따위 인생의 여러 출발점 중 한 점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얘야, 살자, 우리, 살자!

김선우 시인·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1.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2.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3.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4.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공교육에 부적합한 AI 교과서, 세금으로 무상보급 웬 말인가 [왜냐면] 5.

공교육에 부적합한 AI 교과서, 세금으로 무상보급 웬 말인가 [왜냐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