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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세월호, 연장전

등록 2014-11-09 18:31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서울 도심에 바닷물이 차오르는 환영. 누가 여기에 바다를 옮겨다 놓았나. 옆 친구를 가만가만 토닥이는 여린 손들이 물속에 있다. 이 부패하고 딱딱한 물의 국가에서, 가쁜 숨 몰아쉬며, 다시 꿈을 노크한다. 대세를 받아들이라고? 비극을 봉인해 서둘러 심해에 묻어버리려는 자들에게 이런 속담을 노래로 엮어 들려드린다. “오직 죽은 물고기들만 물결을 따라 헤엄친다오.” 숨이 막히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 있어요. 살아 있으면서 죽은 물고기들처럼 물결 위를 떠다닐 수는 없지요. 아직 죽지 않은 자의 이름으로 이 캄캄한 비참의 나라에서 우린 끝내 사랑을 노래하려고요. 꿈꿀 권리를 행사하려고요. 잊히지 않을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려고요. 삶을 삶답게 벼리는 환한 노동,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과 영화와 연극과 사진과 이야기와… 예술이라는 연장을 들고 11월15일 이 나라의 문화예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입니다. <세월호, 연장전> 각각의 예술장르들이 고유한 저마다의 연장으로 이 땅의 미래와 꿈을 연장하고자 합니다. 봄을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에게 봄을 다시 찾아주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도 어이없이 이별해야 한 비참을 제대로 애도하기 위하여.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약탈당하지 않기 위하여. 그러므로 다시, 끝끝내, 사랑을 전하기 위하여. 아픈 바닷물에 꽃길을 놓아 숨을 틔우는 곡비로서. 그대여, 미처 오지 못한 봄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그대이기를. 와서 우리 함께!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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