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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우분투

등록 2014-11-05 18:29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십여년 전 처음 아프리카에 가 킬리만자로를 보았다. 초원에 우뚝 솟은 산 정상에 미지의 문처럼 은빛으로 빛나는 만년설. 킬리만자로 아래 암보셀리와 응고롱고로에서 누떼, 코끼리, 기린을 일없이 쫓아다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갔다. 거기서 우분투(UBUNTU)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어린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사탕을 한 바구니 담아 멀리 떨어진 나무에 매달아 놓은 뒤 제일 먼저 바구니에 도착한 사람에게 사탕을 주겠노라고. 그가 출발신호를 하자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모두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달리고 있는 거였다. 바구니에 도착한 아이들은 둘러앉아 행복하게 사탕을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가 물었다. 1등으로 도착하면 사탕을 혼자서 몽땅 가질 수 있지 않으냐고. 아이들이 합창하듯 말했다. “우분투!” ‘우부’는 접두사이고 ‘은투’는 ‘사람’이란 뜻이니 우분투는 ‘사람다움’을 뜻한다. “사탕을 혼자 다 가지면 다른 아이들이 슬플 텐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 있어요?” 우분투, 이 말을 넬슨 만델라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한다. 나와 당신이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므로 당신이 행복할 때 나 역시 행복한 우분투의 정서를 우리는 ‘인연’이라 한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들 소식이 너무 자주 들리는 이 땅, 너무 많이 가진 부를 부끄러워하는 부자들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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