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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멍 때리기의 즐거움

등록 2014-11-03 18:40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얼마 전 ‘제1회 멍 때리기 대회’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이·성별·직업 불문, 그냥 멍하니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우승의 조건. 아유, 멍 때리기라면 나도 자신 있는데! 가장 오랜 시간 멍 때리며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한 우승자는 아홉살 소녀였다. 이 소녀는 ‘멍’을 이렇게 정의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 되는 게 멍이에요.” 오, 이것은 무념무상이다! 복잡다단한 삶을 살며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요가, 명상 등을 통해 경험하고자 하는 게 바로 ‘멍’ 아닌가. 에너지를 쓰지 않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주 멍 때리는 게 단점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멍 때리기 대회에 내보내게 되었다는 소녀의 어머니. 이 대회에서 소녀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흔히 하는 방식대로 아이를 야단쳐 훈육하려 하지 않고,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킬 방법을 찾은 어머니의 역발상이 지혜롭다.

나는 우리의 교육이 일등에게 상을 잘 주는 것보다 꼴찌에게 격려를 잘 주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꼴찌가 없는 세상이다. 인생을 등수 매길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뿐이다.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꽃피게 돕는 것이 교육 아닌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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