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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다이빙벨과 폐허

등록 2014-10-27 18:40수정 2014-10-27 19:09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개봉했다. 세월호는 침몰했으나 진실을 침몰시키지 않으려는 필사의 안간힘이 영화에 오롯하다. 세월호에 관해 알 만큼 안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착각일 수 있다. ‘다이빙벨’에 관해서만 해도 그렇다. 우리 대부분은 다이빙벨이 실패했다는 결론적 오보만 듣지 않았나. 구조가 가능한 72시간의 골든타임, 그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겹겹이 가려져 있다. 진실이 가려진 세상의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다. 이런 시대를 아무 일 없다는 듯 살고 있다면 내 가슴은 폐허라는 뜻이다. 한명이라도 더 가서 <다이빙벨>을 봐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세월호 피로감을 말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함께 가서 보길 더욱 권한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해 불만을 말할 수도 있고 진실에 접근하는 관점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가서 보고 함께 이야기하자. 공영방송이 길 잃은 지 오래고, 티브이조선 같은 종편이 터미널, 역, 음식점, 사우나 등의 공공장소 채널을 점령하다시피 한 지 오래되었다. 특정 미디어에 의한 편파적 관점의 부작용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관점의 미디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11월1일은 세월호 참사 200일이다. 별빛 시린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영화를 백만명쯤 봤으면 좋겠다. 봄에 떠난 이들의 얇은 옷이 곧 추워질 텐데, 겨울로 들어서기 전에 백만명의 마음이 따스한 옷을 짜 추운 별들에게 입힐 수 있었으면.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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