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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돈과 시

등록 2014-10-20 18:44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그녀의 블로그에는 ‘진짜 더러운 집’만 연락 달라고 적혀 있다. 그녀는 극심하게 지저분한 집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온갖 쓰레기와 짐들이 어질러져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집일수록 청소비를 싸게 받는다. 남들이 잘할 수 없는 청소를 했을 때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이란다. 예약받아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일하러 가며, 일터에서는 자신이 잘하는 정리정돈의 기쁨을 누리겠다는 ‘살림이스트’ 청소도우미, 사랑스럽지 않은가. 그녀의 담백한 자유가 좋다. 자신감 있고 솔직한, 근거 있는 삶의 이런 표현 방식이 유쾌하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이 돈이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돈을 버는 과정에서도 삶의 결을 지키고 가능한 한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 어여쁘다. 좋아하는 건 ‘돈을 번 다음’에 누리자고 생각하면 늦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가.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그게 바로 시다.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벗어던지자. 남들보다 많은 연봉에 안정적 직장이라고 공인되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흔히 ‘좋은 직업’이라 통용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보장하는가? 다행히 문제의식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삼성맨이요? 난 재벌가 오너를 위해 내 인생을 쓰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에게 무한응원을!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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