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올해도 노벨문학상 시즌이 지나갔다. 매년 후보로 거론되는 한 원로시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왜 저토록 노벨상에 연연하는 것인지 걸러지지 못한 욕망이 쓸쓸해서 웃프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안 나오는 것이 무슨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인 양 치부하는 언론 정서도 마찬가지. 국제적 상을 받으면 개인의 명예가 되는 것은 확실하겠다만, 그게 ‘대한민국 문학’의 명예와 대체 무슨 상관이지? 게다가 노벨문학상 수상이 해당 개인의 문학적 성취와도 딱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지 않나. 2년 전 수상자인 중국 소설가 모옌을 떠올려보라. 노벨문학상의 권위? 아유, 권위는 무슨! 그저 모양 빠지지 않는 패들을 추려 넣은 통을 흔들어 제비뽑기한다고 생각하면 속 편한 거다. 몇년 전 베를린에 문학행사 갔을 때 우연히 헤르만 헤세 기사를 본 적 있다. 신문 1면 헤세의 사진 밑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젊어서 헤세의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영혼이 메마른 사람이고 사십이 되어서도 헤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개성이 없는 사람이다.’ 한참 웃으며 독일 사람들 참 냉정하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노벨문학상‘씩이나’ 받은 ‘세계적 작가’에 대해 신문에서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니, 한국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부연하자. 큰 상을 받은 한 사람의 작가가 독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백명의 작가가 고르게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 진짜 한국문학이 사는 길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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