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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화쟁(和諍)

등록 2014-10-05 18:24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세월호 특별법에 야합한 여야는 저마다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여론무마에 바쁘다. 더 이상 한국에 ‘야’는 없는 것 같은데 그들은 여전히 ‘여야’ 구도로 싸우고, 각 진영의 내부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비기 일쑤고 온갖 계파 갈등에 만나기만 하면 계산질, 삿대질, 욕설이 일상이다. 이미 망한─망해가는 정치판을 보며, 1400년 전 자유자재했던 철학자, 종교개혁가, 혁명가이자 수행자였던 원효를 떠올린다. 한국 정치판 인사들에게 권한다. 부디 원효의 화쟁사상을 공부하시라고.

원효의 화쟁론은 대화론이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예를 들어 그는 말한다. 다리를 만진 이는 코끼리가 기둥 같다고 하고 몸통을 만진 이는 벽 같다고 한다. 모두 자신이 직접 만져본 것을 토대로 말하고 있으므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서로 싸우며 삿대질하고 욕하고 물고 뜯는다. 원효는 이들을 두고 외친다. “모두 옳소(皆是)!” 왜냐고? 그들이 각각 주장하는 것이 코끼리 아닌 것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동시에 원효는 이렇게 일갈한다. “모두 틀렸소(皆非)!” 어느 누구도 코끼리의 진면목, 전체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지금 한국 정치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모두 틀렸다!”는 자각과 성찰인 듯하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틀린 너희를 맞는 내가 가르치겠다는 고집불통이 아니라, ‘모두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국민이 안중에 없는 정치는 “모두 틀렸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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