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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강아지풀 선물

등록 2014-10-01 18:3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강변 산책길에서 갈색 단풍 든 강아지풀 본다. 누렁이 꼬리 같다. 강아지 앞발 같다. 강아지 털처럼 복슬복슬하다. 강아지풀 가지고 놀아본 사람은 강아지풀이 얼마나 이쁘게 뛰는지 안다. 초등학교 시절 책상에 분필 금 그어놓고 짝꿍과 팔꿈치로 밀고 당기며 장난치던 때. 줄기 떼어낸 강아지풀을 손끝으로 톡톡 치면 톡톡 뛰던, 금 너머 저쪽 금 너머 이쪽. 그렇게 오가다 보면 어느새 분필 금은 지워지고 도란도란 도시락 까먹을 시간이 되곤 했다. 가까운 가을들판 가을산에 나가 작은 풀 앞에서 시간을 좀 보내보자. 인간보다 작은 존재 앞에서 오래 귀 기울여본 사람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막 피어나는 봄의 생동만큼이나 시들어가는 가을의 삼라만상은 먹먹하고 깊고 아름답다. 기도의 완성은 시드는 풀과 지는 꽃 앞에서 이루어진다. 가을풀과 가을꽃과 가을 풀벌레 소리와 가을구름과 가을산과…. 이런 쉼표 없이 삶이 고속열차처럼 지나간다면 인생은 얼마나 헛헛하겠나.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풍부하게 키우려면 어떤 책을 읽혀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무조건 답한다. 책 필요 없어요. 시골을 보여주세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조기교육, 선행학습, 브랜드 옷·가방, 게임기 따위가 아니라 스스로 자연인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놀게 해주는 거다. 한 사람의 유년은 그의 전 인생에 작동하는 정서의 창고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이 자연임을 잊지 말자.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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