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출판사 ‘쌤앤파커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때문에 울컥한다. 평생 시 쓰고 책 만들며 살고 싶었다는, 책이 좋아 출판사에 취직했던 서른살 출판노동자의 눈부신 나이가 떠올라 더욱 속상하다. 성별이 여자인 대통령이라고 해서 여성의 특질을 살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듯이 문제의 출판사 대표도 마찬가지인 듯. 직장 내 위계와 권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명확한 징계가 아니라 사표 수리, 복직, 사표 수리를 반복하는 여성 시이오(CEO)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성폭행 가해자가 해고되기는커녕 억울한 피해자가 회사에 못 다니다니! 만연한 직장 내 성추행/성폭력 문제, ‘미루어 짐작 가능한’ 이런 작태들을 이번엔 제발 좀 고치자. 다행히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슈화되고 출판노조가 함께하니 안심인데, 정말 꼭 이기겠다는 각오로 피해자를 도왔으면 좋겠다. 약자의 무기는 연대다. 어려운 법적 싸움에 연대할 사람들로 저자/작가들을 활용할 수 있다. 출판사에 대해 힘을 가진 저자들이 있고, 생각 있는 저자라면 분명 도울 것이다. 탄원서든 서명이든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측면에서 작가들과 연대하시길. 사건은 만연하나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항의해 이길 수 있기엔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은 게 이런 사건이다. 피해자가 당했을 그간의 고통이 건너건너에서도 쓰라리다. 손잡자, 우리. 용기를 내준 피해자 덕분에 동시대 다른 여성들, 다음 세대 여성들은 좀더 안전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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