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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메리카노 나오셨구요~”
괴상한 높임말이 ‘진상 고객’ 만든다

등록 2014-09-28 18:26수정 2014-09-29 10:10

감정노동은 ‘감정을 쥐어짜는 노동’에 가깝다. 백화점 노동잗르은 변변한 휴게실도 없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감정노동은 ‘감정을 쥐어짜는 노동’에 가깝다. 백화점 노동잗르은 변변한 휴게실도 없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김선우의 빨강] 괴상한 높임말
“여기 아메리카노 나오셨구요. 거스름돈이세요. 시럽은 옆에 있으시구요.” 아이구야, 어딜 가든 매장에선 이런 괴상한 높임말들이 넘쳐난다. 아메리카노가 나오시고, 돈이시고, 시럽이 있으시고…. 이게 웬! 말 스트레스 심한 이런 ‘공해어’들이 퍼지는 일차 원인은 기업의 무식함이다. 서비스교육 시킨다며 고객 대하는 말을 저런 식으로 가르치는 거다. 이 무식한 교육의 원리는 이렇다. ‘소비자는 왕’이니 일단 무조건 높여드리는 게 장땡이라는 것. 그러나 생각해보라. 소비자는 왕인가? ‘왕’은 소비자라 불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지갑에서 나오는 ‘돈’이다. 경어 체계가 복잡한 한국어라 일일이 따져 쓸 능력은 안 되고 높임처럼 들리는 말을 돈 쓰는 사람에게 마구 붙여대는 거다. 이런 괴상한 높임말을 들을 때 내가 몹시 불쾌한 것은 이 말들이 비문이어서만이 아니다. 말속에 교묘히 들어 있는 ‘비굴함’의 강제 때문이다. 이런 말들은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종업원들에게 돈 앞에 일단 고개 숙여야 한다는 비굴함을 전제한다. 동시에 ‘소비자는 왕’이라는 공허한 기표를 무지하게 받아들인 ‘진상고객’을 만들어낸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진짜로 왕 대접 받으려는 사람들이 애꿎은 종업원들에게 과도한 감정노동을 요구한다. ‘사람’이 아니라 ‘물질, 상품, 돈’이 중심인 천박한 소비자본주의 속성이 비문 높임말에 은연중 드러나는 셈. 자정 좀 하자. 우선은 기업들이 이런 무식한 교육을 당장 멈추길 바란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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