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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가을의 기도

등록 2014-09-24 18:2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안중근. 세월호 참사 54일 만에 발견된 292번째 희생자. 마지막에서 두번째로 부모 품에 돌아온 아이. 단원고 2학년 17살 중근이. 그 애가 나를 빌려서 쓴, 중근이가 쓴 시는, 9월27일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에서 낭송된다. 이날은 중근이 생일, 죽은 사람은 생일이 없어진다는데 부모에겐 아이 생일이 그렇지 않은 거다. 250명 아이들 전부는 못하더라도 생일이 파악되고 부모님과 연이 닿는 아이들의 생일을 ‘이웃’이 챙긴다고 한다. 그 첫번째 생일잔치가 중근이 생일이다. 국가가 회피하는 짐을 이웃들이 지고 아이들이 고사리손을 내민다. 중근이는 이런 생일잔치를 고마워하긴 하겠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지상을 내려다보는 마음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진실을 덮어 가리고 양심을 수장시킨 세상 한켠에서 이토록 서러운 생일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울어줄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거리에서 지쳐가는 우리 시대의 부모들. 봄의 통곡이 가을의 통곡으로 이어지는 참혹한 시절, 함께 울며 손잡은 이웃들의 온기에 기대어 지옥을 건너는 중이다. 과오를 감추는 일로 평안이 도래한 적은 없다. 반성과 참회 없이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세월호의 상처가 상처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연약함을 꺼내놓고 이야기하자. 중근이가 말하는 것 같다. “여긴요, 기도가 일이에요. 사랑하니까, 힘내세요.”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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