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세금 인상에 관한 정부 발표를 들으면서 자살률에 대한 기사가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대의에 동의한다.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걷을 것인가’이다. 올리겠다는 담배, 자동차, 주민세는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똑같이 물어야 하는 간접세다. 세금은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게, 적은 사람은 적게, 직접세 먼저 내고,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간접세는 맨 나중에 인상하는 게 도리인 거다. 대표적인 직접세인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는 감면해주고 그렇잖아도 살림살이 팍팍한 서민들 주머니는 밑바닥 먼지까지 탈탈 털어내겠다니, 고릿적에 사라진 줄 안 ‘탐관오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시절이다. 이 무슨 난센스인가. 곳간이 넘치는 곳에서 걷어 굶주린 이들에게 나누는 것이 상식이다. 매일 끼니 챙기기도 벅찬 이들 밥그릇에 숟가락 꽂아서 ‘복지국가’ 만들겠다니, 제발 좀 어지간히 하자. 이런 국가가 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담뱃값 올리기 전에 대기업 법인세부터 정상으로 돌려놓을 일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자살 증가율은 세계 2위란다. 다행히 1위는 면했네 하고 공무원님네들이 착각할까봐 부연한다. 증가율이 2위이고 자살률은 ‘압도적 1위’다. 사람은 희망이 없을 때 자살한다. 제발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은’ 한계수위로 국민들을 내몰지 말라. 지금 정부의 세금 정책이란 거, ‘서민들 죽어라’ 하는 정책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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