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작가님. 욕심이 불행을 부른다던데. 그래서 욕심 많은 제가 불행한가 봐요. 에이,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욕심, 욕망은 삶의 동력이 되죠. ‘마음을 비우려는 욕심’, 이건 좋은 욕망이죠.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욕망, 좋은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 이런 좋은 욕망은 응원하고 힘줘야 해요. 욕망이란 저 괴상한 ‘순수이성’ 같은 관념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 어떤 욕망이 너무 괴롭혀요. 부끄럽지만 ○○ 브랜드 신상 백이 너무 갖고 싶거든요. 하하. 간단하네요. 마음만 비우면 되는 거잖아요. 명품 가방이나 옷을 싫어해서리, 제가 잘 이해 못 하는 욕망이긴 하네요. 헉, 그래요? 명품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죠? 말씀과 달리 욕망에 솔직하지 않은 거 아녜요? 명품 자체가 싫다기보다 ‘명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욕망이 슬프지 않아요? 명품 물건 가졌다고 그 사람이 명품이 되는 게 아니란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요. 휘발성 위로에 불과하죠. 진짜 멋진 건, 바로 당신이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 참 멋지지!’ 하는 바로 그거! 그런 아우라를 만들어가려고 욕심부려야 하는 거겠죠. 네에. 그런데 정말 작가님은 명품이 싫어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명품이 왜 싫겠어요? 장인정신이 깃든 물건은 사람을 반하게 하죠. 장인의 물건과 ‘명품 시장’은 다른 문제고요. 저도 이십대엔 명품 좋아했어요. 그런데 명품 덕 본 게 없네요.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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