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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육법전서와 혁명

등록 2014-09-09 18:38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통역을 담당한 정제천 신부는 한때 법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했던 법학도였다고 한다. 그 청년 법학도가 육법전서를 버리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두환 신군부에서 출세하기 싫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느님이 부르셔서 주저 없이 육법전서를 버릴 수 있었다.” 추석 명절 기간에 방에 들어앉은 나는 김수영의 시 ‘육법전서와 혁명’을 읽었다. “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뿐이다/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는 그대들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한다. “손때 묻은 육법전서가 표준이 되는 한 혁명은 혁명이 될 수 없다”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에게 특별히 이 시를 권한다. 텅텅 빈 국회를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고 김수영의 전언을 그대로 들려드린다. 아직도 세월호 특별법 얘기냐고? 맞다. 죽은 우리 아이들과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해야 할 미래의 아이들에게 입혀야 할 고운 옷의 첫 단추도 못 채웠다. 여태도 표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이 어찌되는지에 따라 ‘입법기관’ 개개인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혁명의 육법전서는 ‘혁명’밖에는 없으니까” 말로만 개혁이네 쇄신이네 혁명이네 떠들지 말고!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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