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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사랑한다고? 왜왜?

등록 2014-09-03 20:15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사랑하는 김선우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소중한 상품이 발송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수신되었다. 헉, 사랑이라뇨, 왜 이러세요, 진짜! ‘녹색성장’, ‘또 하나의 가족’ 같은 오염된 언어조합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웬만하면 지켜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자유, 사랑, 행복, 평등, 평화, 정의.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이런 말들 중 가장 살갑고 즉각적으로 행복감이 충전되는 말은 단연 사랑이다. 연인에게 친구들에게 부모형제자매에게 어린 독자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 말하는 순간 그 말에 마음을 오롯이 담으려 노력하고 집중한다. 그럴 때 비록 짧은 한순간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존재가 충만해진다. 그러니 마음이 담기지 않은 공허한 말을 남발하느니 침묵하는 게 낫다. 한마디 말에도 마음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이루어 가는 것. 그러므로 사랑은 이루어야 하는 목표라기보다 일상의 소소한 결들과 관계들에 기쁨과 행복감을 부여하는 생기이다. 그런데 보자. 사랑을 말하며 불쑥 발송된 문자에서 진실은 ‘상품이 발송되었다’는 것밖에 없다. “그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 돈을 사랑하는 거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가 떠오르지 않는가. 부탁한다. 사랑이라는 말을 이토록 값싸게 훼손시키지 말자. 굳이 원한다면, 자기 회사 직원들부터 좀 사랑하시길! 도처에 부당해고 노동자, 부당대우에 감정노동까지 강요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투성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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