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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대통령의 기억실종

등록 2014-09-02 18:33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마음에 담아두신 이야기를 해주시면 한시라도 빨리 조치를 하겠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을 겪어봐 잘 안다. 여러분이 어떠실지 생각하면 가슴이 멘다.”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사고 발생에서부터 수습까지 무한 책임을 느낀다.”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 거기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가족들이 찾아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 몇달 전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말들이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은 세월호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일시에 잃은 듯 무시무시한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직업윤리 제로. 대통령직 결격사유다.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무소불위 권력은 약속에 대한 행동의 책무를 다하라고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의 3차 회동이 결국 결렬됐다. 정부와 여당은 대체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 갈수록 의혹이 깊어진다. 추석이 코앞인데, 이 시대 가장 고통받는 부모들이 대통령의 집 앞에서 노숙 중이다. “찾아오면 언제든 만나겠다”던 대통령은 어디로 간 것일까. 대문을 열고 따스한 밥 한 끼 챙겨 먹이진 못하더라도 제 나라 국민을 이렇게까지 냉대하는 대통령을 보아야 하는 일은 정말이지 절망스럽다. 이제 곧 추석이 오고 추석 달이 뜨겠지만, 잃어버린 아이들을 인도할 달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달을 맞아야 하는 추석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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