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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하여가 vs 구지가

등록 2014-08-31 18:39수정 2014-09-01 22:39

옛 시가들은 최신 노래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하여가’와 ‘공무도하가’가 그랬다. 고조선 시가 공무도하가는 이상은에 이르러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슬픔을 내뿜었다.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네”라고 그녀가 노래할 때의 전율이 오롯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는 이방원의 시조보다 일취월장이다. “네가 날 사랑하든 안 하든 고통이 있더라도 상관없어. 이런들 저런들 어쩌겠어. 내가 나를 던졌다는 것, 그게 중요해”라고 노래하잖나.

광장에서 문득 ‘구지가’를 떠올렸다. 1990년대엔 하여가와 공무도하가였으니 2014년의 우리는 구지가를 부르면 어떨까? 구지가를 노래로 만들 뮤지션 어디 없나?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강림신화가 곁들여진 구지가는 국어 교과서 수록작이라 첫 구절만 들어도 너나없이 알 만한 시가이다. ‘구하구하 수기현야 약불현야 번작이끽야’(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니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머리를 내밀어주세요’가 아니다. ‘이제 정체를 보여라’이다. ‘제대로 된 응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구워 먹어버리겠다!’라고 민중이 강력히 요구하고 기어코 답을 얻는 노래다. 옛사람들이 그랬듯이 손에 손을 잡고 깃발을 흔들며 원과 분과 슬픔을 풀어내 춤추고 노래하면서 끝까지 가보자. 억울한 죽음의 온전한 해원, 그것을 막는 자들은 ‘번작이끽’ 해버리겠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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