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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돌고래 힐링?

등록 2014-08-12 18:36

상처 입은 한 여자가 여행을 떠났다. 갈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간 아프리카 동부의 잔지바르 섬. 요트를 빌려 수심 깊은 곳에 이르러 여자가 물속에 뛰어들었다. 정신을 잃어갈 즈음 돌고래 무리들이 나타나 여자를 둥글게 감싸고 원무를 추듯 유영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여자는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내면에 새로운 문이 열리고 여자는 돌고래와 함께 헤엄쳐 다시 요트에 올랐다. 나중에 여자는 돌고래의 등장이 뱃속의 아이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돌고래가 태아와 교감하고 태아의 숨소리가 돌고래에게 전달된 것일까? 아무튼 여자와 아이는 지금 잘 살고 있다. 이것은 일테면 돌고래가 사람을 치유한 경우이다.

지난봄, 한 방송에 소개된 ‘돌고래 체험장’에 관람객이 몰려 대박을 쳤단다. 돌고래 만지기, 먹이주기, 뽀뽀하기, 껴안기, 돌고래 태교 프로그램까지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자. 드넓은 바다에서 빠르게 유영하는 습성을 가진 돌고래가 좁은 수조에서 이런 ‘체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몇년 전 미국에서는 돌고래 체험 중 아이가 돌고래에게 팔을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본능을 억압당한 돌고래의 스트레스가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쳐야 할 돌고래를 ‘돈벌이’에 이용하면서 인간의 마음이 병들어가는 게 문제다. 돌고래 힐링? 아서라, 자유가 억압당한 곳에서 힐링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는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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