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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시끌시끌 매미

등록 2014-08-10 19:14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계절과 장르에 따라 바뀌는 내 글노동 시간은 요즘 새벽이 피크다. 피크타임을 지나 아침이 밝아올 즈음 매미가 운다. 수고앴쓰, 수고앴쓰, 수고오오오…, 이러는 거 같다. 아에이오우의 장모음으로 모아지는 끝소리 바이브레이션이 살갑고 따스한, 매미 울음. 그래 너도 수고해! 잘 사랑하다가 돌아가야지! 7년여를 땅속에서 지내고 지상에 나와 7일 남짓 보내는 매미의 일생을 생각한다. 우는 매미는 수매미다. 짝을 찾기 위한 수매미의 간절하고 낭랑한 세레나데. 매미에게 지상의 시간이란 ‘오직 사랑’을 이루기 위해 바쳐지는 심플한 시간이다.

서울 사는 지인들은 한여름 낮밤도 없이 울어대는 매미 ‘떼창’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한다. 시끄럽다는 민원에 아예 나무를 베어버리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곰곰 들어보자. 매미 소리는 주변이 시끄러울 때 커진다. 새들이 울면 매미 소리도 커지고, 자동차나 기차 소리가 들리면 더 우렁차진다. 지상의 시간 동안 부지런히 짝을 부르는 것이 매미의 일이므로. 주변 소리가 커지니 그보다 더 큰 소리로 울어 ‘나 여기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이 반응은 점차 매미들 사이에 경쟁으로 옮아가고 더 크게 울어야만 선택된다는 절박함이 수매미들을 점점 새된 소리로 울게 한다. 그러니 매미 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싶을 땐, 우리 자신의 삶을 한번 살펴볼 일이다. 대체로 인간의 문명이란 얼마나 소란스러운가. 밤을 낮처럼 밝힌 도시의 소음은 얼마나 크고 시끄러운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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