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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교황의 자비

등록 2014-08-06 19:44수정 2014-08-07 14:24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는 성경 말씀을 보통은 베풂으로 이해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도록 일하라.” 이것은 시혜가 아니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곧 나라고 느끼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 자세다. 이를 불교에서는 자비라 한다. 자비는 연민이나 동정보다 적극적인 공감에 가깝다. 자타불이(自他不二)한 존재 간의 희로애락을 내 일처럼 겪는 마음이다. 영어로는 sympathy(심퍼시)와 empathy(엠퍼시), 둘 다 공감을 뜻하지만 이해한다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아픔에 이입하여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는 empathy가 자비에 좀더 가깝겠다. 머리로 이해할 때는 ‘그래, 너 아픈 거 잘 알겠다. 어서 병원에 가봐라’가 된다면, 몸으로 느낄 때는 아픔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지금 당장 찾게 된다. 내 몸의 일로 느껴지니 즉각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프란치스코 교황 등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성인들에게는 자타불이, 동체대비의 아우라가 숨결처럼 스며 있다.

이제 곧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전 세계인이 안타까워한 참극을 겪고도 이 비극의 구조적 원인을 없앨 첫 발걸음인 특별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나라에 와야 하는 교황의 마음은 어떨까.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단식이 오늘(6일)로 24일째이다. 방한일이 다가올수록 교황은 더 많은 기도로 눈물 흘리고 계실 듯하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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