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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살아있음

등록 2014-07-28 18:36

산책을 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스산한 풍경이 있다. 공원이나 산자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등으로 나무를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치는 모습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시도 때도 없이 치고 흔들어대면 나무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작은 새 한 마리가 가지 끝에 앉아도 우듬지가 흔들리는 게 생명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는 나무로부터 좋은 기운이 나올 리 없으니 나무에 몸을 쿵쿵 부딪치는 이런 운동이 당사자들의 몸에 좋을 리도 없어 보인다.

연말이면 네온사인 전깃줄을 친친 감아 몸살을 앓는 나무들을 볼 때도 비슷한 스산함이 스쳐간다. 전자파 차단 기능이 있는 식물이니 컴퓨터나 티브이 옆에 두라고 권하는 ‘공기정화식물’ 광고는 어떠한가. 전자파는 전자기기 자체의 안전성을 높여 차단시켜야 할 일이지, 살아 있는 식물을 전자파 막이로 써야 하나 생각할수록 서글프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똑같이 맑은 햇빛, 시원한 바람, 신선한 물이 필요한 존재다. 사무실 구석이나 복도에 방치된 채 시들어가는 대형 식물을 한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마주칠 때마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있음을 맘껏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가장 좋다. 그것이 아주 작은 생명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혹시나 ‘식물=수동적’이라는 도식에 사로잡혀 있다면 오해다. 어떤 목숨도 수동적인 목숨은 없다. 모든 생명은 살고 싶어 하고 행복하게 존재하고 싶어 한다. 사람처럼.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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