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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농부들의 꾸러미

등록 2014-07-27 18:33

‘구정꾸러미’가 왔다. “쌀시장 전면개방 소식에도 불구하고 들판은 벼꽃을 밀어올리고 이삭들이 패기 시작합니다”라는 편지가 함께 들어 있다. 2008년부터 계속된 힘든 싸움 끝에 강릉 구정리 골프장 건설을 취소시킨 바로 그 농부들이 올 초부터 준비해 시작한 마을공동체사업이다. 꾸러미에는 고향땅을 골프장으로부터 지켜낸 구정리 농부들의 자긍심이 가득하다. ‘매주 변하는 농산물 시세와 상관없이’ 제철에 수확되는 토종종자 농산물이 오밀조밀 담겨 있다. 키우는 작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농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농산물을 단지 이윤 내는 ‘상품’으로만 취급하는 유통자본의 장난질로부터 해방되겠다는 뚝심! 농부였던 내 할아버지는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셨다. ‘땅심’이 살아 있는 곳이 아직 있고 그곳을 끝내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힘이 있는 한, 아직 괜찮다. 쌀시장 전면개방의 비보 속에서 ‘식량 주권’이라는 말이 울컥하게 아프지만, “농산물 개방하거나 말거나 호미와 낫을 들고 풀과 씨름하고 계신 농부들의 우직함을 응원해주세요”라는 꾸러미 편지의 맺음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전국 곳곳에서 정직한 농사를 짓고 있는 소중한 ‘땅심’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연결될 수 있게 소농꾸러미공동체와 관계 맺는 도시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너무 무겁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부터 시작해보자. 지혜로운 소비자의 힘으로, 아잣!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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