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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망각과의 싸움

등록 2014-07-21 18:32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가 지난 4일 서촌갤러리에서 오픈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예슬이의 꿈을 우리들 가슴으로 옮겨 심으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피지 못한 채 수장된 꽃봉오리들, 어른들의 탐욕과 무책임으로 인해 영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아이들의 꿈이 거기에 함께 있다. 예슬이가 디자인한 구두가 예슬이 엄마의 발에 맞는 구두로 실제 제작되어 전시된 현장엔 날마다 많은 청소년이 다녀간다. ‘예슬 언니에게’라고 쓴 초등생부터 ‘보고 싶다, 예슬아’라고 쓴 또래들까지, 포스트잇에 쓴 편지들이 갤러리 벽면에 가득 붙어 있다. 이 전시회는 예슬이를 통해 세상에 보내지는 다른 차원의 구조신호이다. 늦지 않게, 제발 더는 늦지 않게!

박예슬 전시회 시작은 4일에 했지만 전시 종료 시점은 무기한이다. 이 전시회가 소중한 것은 이런 문화적 거점을 통해 ‘망각과의 싸움’을 질기게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기억의 피로함을 운운하며 망각을 종용하는 언론과 여론에 휩쓸려선 안 된다. 끈질긴 기억과 직시 없이 고통의 치유는 없다. 치유의 첫 관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다.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알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왜 안 가르쳐 주는지 알려 주십시오. 특별법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도록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유가족의 통렬한 눈물을 통과하지 않고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법 만드는 인간들아, 제발 좀!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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