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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부자 노예

등록 2014-07-14 18:33

다시, 사악하고 어여쁜 돈 이야기다. 돈 덕분에 부자들은 집, 차, 명품은 말할 것도 없고 성, 노동력, 건강까지 구매한다. 그러나 원하는 무엇이라도 살 수 있는 ‘힘’은 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기쁨에 불과하다. 최초의 돈은 교환의 ‘편리’를 위해 고안되었다. 인간이 좀더 자유롭고 즐겁기 위해 번거로운 노동을 줄이고자 만든 도구 중 하나였을 뿐이다. 이러한 쓰임은 급격히 망각되어 이제 돈은 흔한 인생 목표가 되었다. 돈을 사용해 자유로워져야 할 사람들이 돈의 노예로 살다 죽어가는 기괴한 풍속도.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는 금융자산만 10억이 넘는 이들이 총 16만70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 78퍼센트가 자신이 부자는 아니라고 답했다니. 생존을 위해 매일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에는 핍진한 생활의 요구라는 ‘활기=근육’이 존재하지만, 100억은 가져야 부자가 된다는 이런 열패감 앞엔 연민도 아깝다. 은행에 쌓아둔 돈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무지한 한국 부자들이 기부와 거리가 먼 것도 당연하다. 이들에게 “진짜 기쁨을 위하여 돈 ‘잘’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라도 있다면 좋겠다. 돈은 자신과 세상의 좋은 순환을 돕는 쪽으로 기능할 때 가장 이롭다. 돈의 노예로 살고 싶은가 주인으로 살고 싶은가. 부자 아닌 사람들도 매일 물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키운 돈의 괴물성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정신 차리고 살지 않으면 훅 간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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