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을 한달여 앞둔 교황을 맞을 준비가 여러 곳에서 부산하다. 나는 두근거리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고통받고 소외된 곳을 향한 사랑의 실천에 진심을 다하는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 아닌가. 그렇기에 우리가 교황에게 보내는 최고의 환영은 이 땅의 ‘낮은 곳’으로 그를 안내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교황 방한 일정과 내용을 살펴보니 마음이 무겁다. 평생 사랑의 실천행을 해온 교황은 분명 ‘지금 한국에서 가장 낮고 소외된 땅에 처한 주님의 백성들’을 만나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천주교의 수장인 추기경은 교황의 진심을 헤아리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북녘 천주교 신자를 초대해 형식적인 면피를 하고 있을 뿐 내용적으로는 빈약한 의전행사가 전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함께 밀양의 할머니들, 용산의 유가족들이 미사에 참석하면 좋겠다. ‘한국에서 만든 가장 작은 차를 타겠다’는 교황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주여,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라고 기도한 성 프란치스코를 사랑하는 교황이시니, 제주 강정마을에 들렀으면 좋겠다. 일정상 방문이 어렵다면 강정 주민들과 강우일 주교나 문정현 신부와 함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드렸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사람들은 교황이 진심으로 원하는 이런 방한의 내용이 느껴지는데 가까이 있는 천주교 관계자들은 왜 이토록 교황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종교 지도자들의 수준이 아쉽고 안타깝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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