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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해왕성과 진주탑

등록 2014-07-07 18:30

‘이수일과 심순애’가 등장하는 <장한몽>을 비롯해 초기 번역소설들은 원작의 시대적 배경, 풍속, 인명, 지명 등을 풍토에 맞게 바꾸어 쓴 번안소설이었다. <삼총사>로 유명한 뒤마의 다른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한국에 소개된 것은 일본의 <암굴왕>을 중역 번안한 이상협의 <해왕성>이 처음인데, 그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할 가치가 있는 것은 김내성의 <진주탑>이다. 1947년에 나온 <진주탑>은 해방 직후 한국인들에게 빠르게 파고들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배신과 음모로 수감된 주인공의 탈옥과 모험,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행세하는 에드몽 당테스의 복수극인 이 책에서 빵과 치즈는 밥과 된장으로 바뀌었다. 치즈를 모르는 한국 독자들이 감옥에서 맡는 치즈 냄새의 정서를 환기할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번안소설은 과도기 한 시절로 생명을 다했다.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높아진 검증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연이은 청와대의 인사 실패에 대해 언론과 여론 탓을 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말씀’을 들으면서 별안간 번안소설들이 떠올랐다. 청와대와 대한민국 현실 사이가 번안이 필요한 지경으로 퇴행했구나 싶다.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진주탑> 사이의 거리도 먼데 청와대판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해왕성> 수준이다. 참고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해왕성>으로 번안한 이상협은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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