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좋아하는 단어들이 있다. ‘활발발’도 그중 하나다. 살아 있을 활(活), 물 튀길 발(潑)을 써서 활발발(活潑潑)이다. 모두 물의 이미지다. 자연 그대로의 강은 활발발 자체다. 활발발함은 흐름이고 시냇물, 강, 바다로 순환과 생명의 서사를 만들어간다. 알다시피 4대강 공사로 전국의 강들은 막혀 병들었다. 낙동강 녹조는 녹차라떼 수준을 넘어 걸쭉한 녹조수프가 되어버렸다. 녹조를 먹는 것에 비유하는 마음이 안 좋지만,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강물을 ‘먹고살게’ 되어 있으니 이런 비유가 부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존재들이다. 독이 든 강물은 결국 모두가 먹게 되어 있다. 영주댐 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야기된 낙동강의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한다고 한다. 강이 댐이 되면서 발생한 수질 악화를 다시 댐을 만들어 개선하겠다는 이 무지하고 파렴치한 발상을 그냥 두면 안 된다. 원주민들의 삶을 빼앗은 터에 지어진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되면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은 파괴되어 복구불가능 해진다. 댐의 담수를 막고 가능한 한 자연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녹조수프가 된 낙동강을 비롯해 강들을 다시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막은 곳을 뚫어 다시 흐르게 하면 된다. 이 간단한 방법을 두고 해마다 엄청난 혈세를 죽어가는 강에 독물로 풀겠다는 이유가 대체 뭔가. 건설자본과 뒤엉켜 막히고 고인 채 썩어가는 우둔한 정치여, 강이 강으로 흐르게 하라. 터라, 부디 활발발!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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