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보존운동을 하는 지인이 햇옥수수를 보내왔다. 옥수수 냄새는 향수를 자극한다. 껍질을 벗기고 수염을 챙겨두며 찜통에 물을 올린다.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말똥말똥해진다. 이 옥수수는 그대로 잘 말렸다 화분에 심으면 옥수수 싹이 날 것이다. 그게 너무 고맙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이제 진리가 아니다. 모든 열매는 씨앗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자기 종족을 보존해왔지만, 인간의 탐심은 속칭 ‘터미네이터식물’이라 하는 불임씨앗부터 ‘프랑켄슈타인식품’이라고 하는 지엠오(GMO)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씨앗들을 온통 뒤죽박죽 괴물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해 먹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종자회사의 씨앗으로 키운 것이다. 이들은 첫해엔 열매를 맺지만 다음해부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불임씨앗이 대부분이다. 종자를 팔아 돈을 버는 몬샌토 같은 종자회사들이 농가가 자가채종으로 계속 열매를 얻지 못하게 형질 조작을 해 일회용 씨앗을 만든 거다.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온갖 지엠오 종자들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옥수수에 청어 유전자를, 토마토나 딸기에 넙치 유전자를 넣어 ‘프랑켄슈타인식품’을 만들고 한 번 수확하면 자손을 남기지 않고 아예 자살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자살씨앗’을 만드는 것도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하는 일이다. 이 무서운 탐욕에 대항해 토종씨앗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어떤 응원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옥수수 냄새 속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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