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이 쓰는 ‘의식주’라는 말을 나는 ‘식주의’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먹는가가 그 사람의 몸을 결정한다. 의류나 패션 브랜드에 관심 없는 대신 나는 먹거리에 대해선 시시콜콜 관심이 많다. 믿을 수 있는 농부가 제대로 키운 먹거리와 공정무역 제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다.
여름은 제철과일 먹는 기쁨이 크다. 특히 ‘복숭아 귀신’인 내게 황홀한 복숭아 철이 다가온다. 청도에 복숭아농사를 짓는 냠냠과수원이라는 곳이 있다. 냠냠과수원의 복숭아는 입금해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따놓은 복숭아를 금액에 맞춰 보내주는 게 아니라 나무가 ‘이제 따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야 비로소 복숭아 수확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방식이 좋다. 농산품조차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것처럼 오직 ‘상품’으로만 거래되는 소비 풍토에서 이렇게 생명의 느낌이 살아 있는 방식의 거래 말이다. 냠냠과수원의 블로그엔 이런 소개글이 있다. “모든 생명이 오순도순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는 것을 농업이라 여기며 복숭아나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여기엔 농업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와 농부가 지녀야 할 가장 좋은 삶의 태도가 모두 들어가 있다. “냠냠과수원은 ‘더 크게, 더 빨리, 더 많이’ 얻고자 하지 않아요”라는 농부의 철학이 뭉클하다. ‘더불어 삶’을 추구하는 ‘서로 살림’의 농사야말로 반자본주의적 생활의 의미 있는 실천 중 하나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땅은 연결되어 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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