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횡성과 대구에 이어 전남 무안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이 질병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데, 정부의 대처는 한결같다. 나는 정부의 이 ‘한결같음’이 무섭다. 한결같이 살처분하고 묻고 태우고 소독하고 끝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묻지 않는 이런 ‘한결같음’은 ‘복지부동’과 ‘상명하복’ 행정에 의해 기계적으로 반복될 뿐 개선책을 만들지 못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녹색당을 위시해 환경단체들이 내놓은 경고와 처방이 있고, 실제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국가들이 있다. 되풀이되는 조류독감 피해의 근본 원인은 병을 옮기는 철새가 아니라 ‘공장식 밀집사육’이다. 농장이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이 되면서 질병에 대한 가축들의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다. 소들은 풀을 먹으며 살아야 하고 닭과 오리는 땅을 긁고 쪼고 날고뛰며 목청껏 울 수 있어야 한다. 부리와 발톱을 잘라 가두고 낮밤의 주기를 강제로 바꾸거나 모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충격을 가해 달걀 생산량을 늘리는 ‘공장’에서 어떻게 닭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겠나. 태어나 단 한 번도 생명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동물들이 이렇게 많은데, 인간만 행복할 수 있을까.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악업이 너무 무거워 숨쉬기가 힘들다. 다행히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자각이 높아지고 있으니, 동물 사육 방식 또한 살아 있는 존재들을 좀 제대로 살게 해주는 쪽으로 친생명하자.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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