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알이 탱글탱글한 웹포스터를 본다. 감자에는 하트와 평화의 상징 마크가 찍혀 있고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생명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 감자합니다.” 강정마을 이야기다. 거기는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지 않는다. 거기선 ‘외침’이 곧 ‘생활’이 된다. 생명과 평화의 ‘생활을 살기 위해’ 강정마을 사람들은 매일 바쁘다. 강정평화상단에서 제철 농작물을 팔고 강정평화책마을에서 평화책방과 통물도서관을 운영하고 예술가들이 모여 평화공방을 운영한다. 평화학교가 열리고 주민들이 모여 마을신문을 만든다. 강정마을에선 많은 것이 ‘생활 속의 예술’이 된다. 생명이니 평화니 하는 말들이 명사로 멈춰 있지 않고 구럼비 깨진 공사장 앞과 돌담길과 제주바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사가 되는 곳이다. 아침 7시 백배 절로 시작해 11시 미사, 노사제의 노래, 12시의 강정댄스, 더불어 먹는 밥과 눈물과 웃음. 그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편이 저릿한데 그곳으로부터 또한 늘 뭔가 배운다. 삶이란, 삶터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매순간 열렬히 싸워 얻어지는 것임을. 평화란 얼마나 눈물겨운 노고 끝에 간신히 우리에게 당도하는 것인지를. 매년 해온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올해도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열린다. 제주 도보여행을 꿈꾸는 분들, 연인과 가족과 서둘러 신청하시라. 참, 강정마을 감자를 사주시면 감자합니다. 입맛 까다로운 시인의 명예를 걸고 추천한다. 정말 맛.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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