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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프리 키스

등록 2014-06-17 18:32

지난주에 있었던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친구가 들뜬 목소리로 전해준 메시지는 이랬다. “언니, 사랑이 이겼어요!” 하하, 그러엄, 사랑은 결국 이기지. 그녀가 내게 전해준 이야기의 전모는 이렇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한 게이 청년에게 확성기를 든 기독교도 아주머니가 시비를 걸었다. 회개 안 하면 지옥에 간다며 윽박지르는 아주머니의 맹렬한 저주의 말에 처음엔 소리지르며 싸우던 게이 청년이 마지막으로 택한 행동은 그 아주머니를 포옹하고 키스를 퍼부은 것이었다. 오오! “그래서?”라고 나는 외쳐 물었다. “아주머니가 결국 너털웃음을 터뜨렸어요.” 나는 말했다. “그 너털웃음이 언젠가 함박웃음이 될 때까지, 행진!”

해마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열리는 퀴어 문화축제를 열렬히 환영하는 내게 사람들은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너의 성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 등 개인들이 가진 모든 성 정체성에 대해 오픈마인드이며 일체의 편견이 없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든 그게 대체 왜 문제란 말인가. 끔찍한 건 타인에 대한 착취와 억압과 폭력이지 사랑과 포옹과 키스가 아니다.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라 끊어버려야 할 죄악이다’라는 피켓을 든 동성애반대론자들 사이에서 게이 청년의 포옹과 키스 세례를 받은 그 아주머니가 부디 마음속 지옥 하나를 제거하셨기를 바란다. 어떤 사랑은 사랑하는 일만으로도 ‘진짜 죄악’에 항거하는 일이 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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