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서민들의 월드컵 반대 시위는 온당하다. ‘피파(FIFA) 집에 가!’라고 그들은 반대 시위를 하지만 아마도 브라질 경기가 시작되면 축구를 즐길 것이다. 슬퍼도 기뻐도 ‘뼛속까지 축구의 나라’라고 하는 그 땅 민중들의 삶의 리듬이자 춤이 축구니까. ‘시위하는 몸’과 ‘축구를 즐기는 몸’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거리응원 추진을 놓고 너무 경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제를 즐기되, 당면한 우리의 실상을 보듬어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지 않겠나. 팽목항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의 물결처럼 서울도심에서 노란 파도를 일으켜 본다면! 형식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언제나 내용이다.
거리응원을 벌이는 서울 도심이 노란 티셔츠와 리본으로 일렁이고, 그 가운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을 함께 진행하는 건 어떨까.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서든 노랑 리본을 달고 노랑 비행기를 날리고 노랑 종이배를 접어 띄우며 마지막 한분이 마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다짐을 하자. 더 많이 이름 부를수록 기억의 힘도 커지는 것 아닐까. 경기 시작 전 ‘애국’의 공허한 메아리 대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자. 일괄 명명되는 ‘희생자’가 아니라 내 딸, 아들, 친구, 이웃인 그분들의 이름을 손잡고 다 함께 불러보면 좋겠다.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의 마지막 숨결, 그 한 방울의 시간을 온 마음 다해 기억하겠습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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