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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찾아주오

등록 2014-06-10 18:13수정 2014-06-11 13:41

6월 첫날, 춘천 명동의 지하상가 화장실에서 이십대 남자가 체포되었다. 화장실 벽에 현직 대통령을 풍자하는 벽화를 그렸다는 게 이유다. 그림은 서둘러 지워졌다. 경찰은 예술가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단독 범행인지 여부를 조사 중이란다. 여기가 저 괴이한 독재왕조사회인 북한인가. 모독이 용납되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왕’이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인가. 여기는 세칭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게다가 2010년대이다. 지금 이곳의 표현과 예술의 자유, 언론과 집회의 자유, 헌법의 기본권은 충분히 지켜지고 있는가. 너무나 수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아직 충분히 자유롭지 못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이 젊은 예술가가 굳이 법 적용을 받는다면 공공건물 낙서죄 정도일 텐데,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체포되다니. 이래 가지고 어떻게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말하고 도대체 무엇을 ‘개조’하고 ‘창조’할 수 있을 것인가. 경찰의 이런 과잉충성은 대통령을 고작 이 정도 풍자도 용인하지 못하는 반문화적 존재로 비하시키는 행태이기도 하다. 공공의 대기가 이토록 경직되어 있는 사회에서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 같은 상상력이 나오기는 어려울 테고, 뱅크시(Banksy)는 더욱 그러할 텐데. 자, 춘천에서 체포된 그는 어찌 되었나. 단신기사 이후에 후속기사가 없다. 설마 어디서 은밀히 해코지 당하고 있진 않겠지. 기자님들아, 그의 행방을 찾아주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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