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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회향

등록 2014-06-08 18:08수정 2014-06-08 18:19

‘회향’(廻向)이란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은 불교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굳이 불교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자기가 닦은 공덕을 세상으로 되돌려 다른 중생에게 널리 이익이 되게 하려는 것이 회향의 마음이다. ‘배워서 남 주자’는 정신이다. 초등학교부터 경쟁교육에 밀어 넣어지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남 주려고 배운다는 게 가당치 않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잘 생각해보자. 남 줄 수 있어서 배우는 게 좋은 거다. 우리 존재가 놓인 자리가 그렇다. 타인을 위한 기도와 나를 위한 기도가 더불어 함께 깃들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존재는 고독해진다. 병들게 된다. 내 아픔, 내 자식의 고통, 내 가족의 슬픔, 내가 당하는 불평등 외엔 관심 없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모든 존재는 서로 기대어서만 존재하게 되어 있다. 남한테 주는 게 나한테 주는 거랑 마찬가지다. 불교의 기본 정신인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이 맥락에 있다.

6월10일인 내일은 지난 3월 제주도를 출발해 100일간 이 땅의 상처 많은 곳들을 쓰다듬고 보듬으며 걸어온 ‘화쟁순례단’의 회향식이 있는 날이다. 화쟁순례단은 원효의 화쟁사상을 실천하려는 결사이다. 화쟁,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별거 아니다. 진영논리를 떠나 오직 자비와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껴안는 것이 화쟁이다. 도법 스님, 김민해 목사님 등이 함께해온 이 조용한 순례단의 회향식이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있다. 더불어 회향의 숨결 가득해지기를.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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