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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나잇값

등록 2014-06-03 18:34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세상의 모든 것은 값을 치러야 한다. 이것은 단지 화폐지불의 문제가 아니다. 값 중에 젤 무서운 게 나잇값이다. 세월호의 비극으로부터 일깨워야 하는 많은 것 중에 ‘어른’도 있다. 나이 먹어도 철들지 못하는 미성숙한 인격들이 권력을 가질 때 사회가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자각하게 된 계기였다.

미성숙과 청춘의 마음을 혼동해선 안 된다. 청춘의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모험정신을 간직한다는 것이지, 자기중심적 유아론에 갇혀 철딱서니없이 살라는 게 아니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노인은 생활의 지혜를 두루 구현한 ‘어른사람’이었다. 그러나 자본의 욕망에 잠식당한 사회에서 노인은 바닥으로 밀려난 소외자들이다. 노인 문제는 단지 평균수명의 문제가 아니다. ‘젊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늙음’에 대한 멸시를 동시진행하는 자본주의 생산소비 시스템은 생산성과 구매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속히 폐기처분해야 할 무용지물로 취급한다. 극우보수단체의 끔찍한 노인들이 양산되는 이유는 단지 일당벌이의 경제적 종속만이 아니라, 폐기처분된 자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의 공포도 한몫하는 것일 테다. 그들을 볼 때 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노인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늙어가는 육체는 보수화된다. 의식은 존재에 종속되기 쉽다. 누구에게나 무사유한 보수 우경화의 지경이 순식간에 닥칠지 모른다. 나잇값 하고 살기 위해, 날마다 정성스럽게 자신을 깨우자.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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