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욕이 욕본다 2

등록 2014-05-27 18:15수정 2014-05-29 10:51

우리가 상용하는 욕 중엔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욕이 많다. “씨발!” 이 욕은 감정을 터뜨려 울화를 해소하는 데 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년소녀들이 이런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걸 보는 일은 곤혹스럽고 슬프다. ‘얘들아, 그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 소중한 행위야. 그런 행위를 왜 ‘그따위’들에 연결시키니?’ 신호등 앞에서 나는 속말을 한다.

동물에 빗댄 욕도 마찬가지다. ‘개새끼’는 물론 개 같은, 돼지 같은, 뱀 같은, 여우 같은, 이런 비유들을 들을 때마다 ‘개 돼지가 무슨 죄야?’ 싶다. 이유 없이 인간의 혀끝에 불려와 곤욕을 당하는 동물들에게 미안하다. ‘개만도 못하다’라는 식은 좀 낫다. 비교격의 폭력이 있을지라도 개만도 못한 짓을 하는 상대에 대한 일말의 언어적 응징이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런데 ‘개새끼!’ ‘개 같은’ 식의 표현은 직유가 갖는 가장 나쁜 예에 해당하는 듯하다. 이런 말은 대상의 고유성을 폭력적으로 훼손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하등하고 비루한 존재 취급을 당하는 개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이런 욕들은 매우 불편할 터이다.

애꿎은 동물들을 끌어들일 필요 없이 그렇게 살면 ‘욕 자체’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인간들이 이미 많지 않은가. 히틀러 같은 놈! 아이히만새끼! 이런 이름들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면,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도 이미 검증된 ‘욕 자체’들은 많다. 이 ○○○ 같은 놈!

김선우 시인·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의원 아닌 “간첩 싹 잡아들이라 한 것” 누가 믿겠나 1.

윤석열, 의원 아닌 “간첩 싹 잡아들이라 한 것” 누가 믿겠나

그 많던 북한군은 다 어디로 갔나?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2.

그 많던 북한군은 다 어디로 갔나?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3.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나’에게 [똑똑! 한국사회] 4.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나’에게 [똑똑! 한국사회]

민주주의 흔드는 ‘레드 콤플렉스’ [하종강 칼럼] 5.

민주주의 흔드는 ‘레드 콤플렉스’ [하종강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